
(서울=연합뉴스) 지난 2018년 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의료인들이 환자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당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만인 5일 부산의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원에서 똑같은 비극이 벌어졌다. 이 의원에 입원 중이던 60대 환자가 퇴원 문제로 불만을 품고 진료실에 들어가 담당 의사를 흉기로 찌른 뒤 자신의 몸에 인화 물질을 뿌린 상태로 10층 창문에 매달려 경찰과 대치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병원은 20병상 규모의 작은 의원으로, 사망한 의사 혼자 진료를 보고 있었다. 문제의 환자는 지난 6월부터 입원해 있었으나 병원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퇴원 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잠시 외출해서 흉기와 인화 물질을 사 들고 들어와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참사는 임 교수 사건과 판박이다. 임 교수의 참변을 계기로 환자에 의한 의료진의 희생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지난해 4월 의료인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이 법에 따르면 의료인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또한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병원에 보안 인력 배치와 관련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세원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환자가 정신의학과 의사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의학과뿐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병원에서 의료진을 위협하거나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 특히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고 의료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 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병원 전체의 안전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임세원법'의 후속 입법 격으로 병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갔다. 100실 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에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보안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의원과 같은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는 해당이 되지 않아 이 의원에는 보안 인력이 없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료인의 안전이 무방비상태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들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안전한 진료 환경이 보장되도록 촘촘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일들로 정신질환자 전체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더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8/06 11:14 송고
August 06, 2020 at 09:1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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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임세원법'에도 재현된 비극…안전한 진료환경 사각지대 없어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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