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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29, 2020

안전한 일상을 꿈꾸는 물과 불의 도시 태백행…잠시 미뤄야 - 경향신문

disanaberlari.blogspot.com
2020.08.26 20:23 입력 2020.08.27 0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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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세이프타운은 체험과 교육을 병행하며 안전 경각심을 일깨운다. 불타는 숲을 재현한 공간에서 탈출하거나 4D 영상에 연동되는 시뮬레이터에 앉아 수해 현장을 벗어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구체적·현실적 체험은 실제와 같은 완강기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다(왼쪽 사진부터).

365세이프타운은 체험과 교육을 병행하며 안전 경각심을 일깨운다. 불타는 숲을 재현한 공간에서 탈출하거나 4D 영상에 연동되는 시뮬레이터에 앉아 수해 현장을 벗어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구체적·현실적 체험은 실제와 같은 완강기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다(왼쪽 사진부터).

정부는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란 걸 내놓는다. 주유종탄(主油從炭). 석유를 주된 연료로, 석탄을 보조 연료로 하는 게 정책 골자다.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한다. 광산 대부분을 폐광했다. 이 ‘합리화’ 조치는 석탄으로 먹고살던 태백시나 주민에겐 합리적이지 않았다. 삶의 근간을 흔들었다. 일터가 사라져 삶터를 떠나야 했다. 1983년 13만8491명을 기록한 태백시 인구는 폐광 조치 이후 급속도로 줄었다.

■고원관광휴양도시의 꿈

광부들 애환 간직한 석탄도시
안전체험 테마관광지 탈바꿈
산불·풍수해 4D로 즐기며 배워

1996년 정부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문경·삼척·태백시, 보령·영월·정선·화순군 등 7개 시·군을 폐광지역진흥지구로 지정한다. 이후 태백시는 ‘고원관광휴양도시’를 추구했다. 석탄산업 대신 관광으로 먹고살아야 했다. 2000년대 들어 태백 경제산업공간의 전환엔 레저스포츠사업도 들어왔다.

2001년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한다. 2009년 10월 완공한 게 오투리조트다.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무리하게 투자하다 실패했다. ‘관광자원 개발’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0년대 결과물 중 하나가 365세이프타운(365safetown.com)이다. ‘세계최초 안전체험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이곳은 2012년 문을 열었다. 시가 운영 주체다. 여느 민간 테마파크와 다르다. 성인 입장권은 2만2000원인데, 이 중 2만원을 ‘태백사랑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태백에서 2만원 상품권을 다 쓰면 입장권은 2000원인 셈이다. 시가 안전 못지않게 지역경제를 중시한다는 점이 입장권 정책에 녹아 있다.

이곳을 찾은 건 지난 20일이다. 종합안전체험관 정문에서부터 방역이 철저했다. 직원들은 같은 건물 내 체험관을 이동할 때도 손소독제를 사용하라고 했다. 체험관을 오갈 때도 개인 간 1~2m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들른 곳 중 365세이프타운이 거리 두기와 방역에 가장 철저했다. 안전을 내세운 시설이라 더 엄격한 듯했다.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체험관은 시뮬레이터와 4D 스크린으로 이뤄졌다. 풍수해 체험관에선 영화 <해운대>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이 흐른다. 영상 속 보트의 움직임은 라이더형 시뮬레이터와 연동됐다. 놀이기구 같았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는 누군가의 말에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고 안내 직원이 답했다. 체험 전 풍수해 피해 대처 교육도 받았다. ‘침수된 음식·재료는 식중독 위험이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 같은 ‘태풍 호우 이후 대처방법’ 안내문과 함께 건전지·손전등 같은 필수품을 담은 전시물도 내놨다.

소방안전체험관에 가서야 ‘안전’이란 무엇인가를 더 고민하게 된다. 소방대원들이 직접 완강기, 농연대피, 심폐소생술, 소화기 교육을 실시한다. 완강기 교육에 나선 김광년 소방위가 말했다.

“큰 건물에 불 났을 때 추락사가 많아요. 추정하면 완강기가 없거나, 있더라도 사용할 줄 몰랐기 때문인 듯해요. 숙박업소는 방에 완강기를 2개만 둘 때가 많은데, 4인 가족이 가면 2개를 더 요청해야 합니다.”

■고생대 지질과 야생화에 녹아든 이야기

전설이 흘러넘치는 ‘구문소’
한강 발원지 ‘검룡소’ 등 8경

365세이프타운 자리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평화사택이 있던 곳이다. 광산 노동자들 주거지에 들어선 세이프타운에서 수많은 광산 노동자가 진폐증과 매몰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태백시 관계자는 “(광부였던) 장인어른을 화장할 때 검은 재가 섞여 나왔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태백지역 4개 추모시설에 순직 광부 위패 5679위가 봉안됐다. 동일 산업에서 5000명 이상 재해 순직자가 나온 건 탄광업이 유일하다. 태백석탄박물관엔 광부들의 노동과 생활에 관한 기록을 밀랍 인형 재현물과 함께 전시한다.

석탄 사용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BC 315년 그리스의 과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암석학 저서 중 “암석 중에는 연소되는 것이 있어 금속을 녹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구절이다. 석탄 생성은 수억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고생대(약 5억~3억년) 말엽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 태백은 고생대자연박물관을 운영하는데 삼엽충, 완족류, 두족류, 필석류 화석을 전시한다. 고생대 때 태백 지역이 바다였다는 걸 증명하는 화석이다.

고생대 지질 작용의 결과물인 구문소엔 인간이 만든 신화와 전설도 깃들어 있다.

고생대 지질 작용의 결과물인 구문소엔 인간이 만든 신화와 전설도 깃들어 있다.

‘태백 8경’ 중 하나가 박물관 곁에 있다. 고생대 때 생성된, 물결 자국이나 소금 흔적 같은 석회암층 퇴적 구조를 볼 수 있는 구문소(求門沼)다. 구문은 구멍·굴의 옛말로 구문소는 ‘굴이 있는 늪’이란 뜻이다. 태백에서 남동 방향으로 흐르는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 침식 작용을 하며 바위산에 구멍을 뚫었다.

태백 사람들은 ‘뚫린 냇물’이란 뜻으로 ‘뚜루내’라고도 불렀다.

사람들은 과학보다는 전설에 더 열광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사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다. 구문소에도 여러 이야기가 흐른다. 단군에게 치산치수를 배운 중국 우왕이 세상이 물바다가 되었을 때 나타나 칼로 산을 뚫어 물이 빠지게 했다는 전설, 황지천 백룡과 철암천 청룡이 낙동강 지배권을 두고 싸웠는데, 백룡이 석벽을 뚫어 청룡을 공격해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감록 이본에 나온 이상향인 오복동으로 가는 입구가 구문소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향토사학자 김강산씨가 1988년 구문소 바위에 ‘五福洞天子開門(오복동천자개문·자시에 열리는 오복동의 문)’을 새겼다. 태백이 흉년과 삼재(三災) 없는 오복동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하다.

구문소엔 일제강점기 역사가 흘러간다. 차도로 난 구멍은 일제가 1937년 석탄 광산을 개발하며 뚫은 것이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는 ‘푸른 융단’으로 불리는 이끼로 덮인 바위와 나무, 와폭이 어우러진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는 ‘푸른 융단’으로 불리는 이끼로 덮인 바위와 나무, 와폭이 어우러진다.

고생대 지질 작용이 만들어낸 게 검룡소(儉龍沼)다. 한강의 공식 발원지다. 둘레 약 20m,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에선 하루 약 3000t의 물이 솟아오른다. 이 물이 30m의 와폭(臥瀑)을 이루며 흘러내려간다. 이곳에서도 ‘스토리텔링’이 빠지지 않는다. 서해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못으로 들어가며 몸부림친 자국이 지금 와폭이라고 한다.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이끼가 암반과 나무에 붙어 자란다. 안내판은 ‘푸른 융단’이라고 했다. 1984년 김강산씨가 주민 구술을 취합한 뒤 검룡소로 이름 붙였다.

금대봉(1418m) 일대에도 이야기가 흐른다. 고려 말 망국유신(亡國遺臣) 몇몇이 공양왕이 죽자 두문동에 은거했다(두문불출·杜門不出)는 이야기도 있다. 두문동 가는 고개인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쪽으로 난 길에 들어선 돌무더기를 마고할미탑이라 부른다. 김강산씨의 태백 문화답사기에 따르면, 금대봉에 살던 마고할미가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고자 치마폭에 돌을 담아 가려 하다가 만리장성을 완공했다는 소리에 다시 쏟아 놓은 것이라 한다.

금대봉은 빽빽한 원시림과 아름다운 야생화로도 유명하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분주령~검룡소 입구까지 야생화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야생화 제철은 4~5월.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반해 눌러앉을 정도니 이 시기 떼놓고 싶은 사람을 데리고 오면 된다는 농담도 나올 정도다.

‘천상의 화원’이니 금대화해(金臺花海)니 하는 이름은 과장의 혐의가 짙지만, 식물에 깃든 이야기는 더 현실적이고 역사적이다. 문화해설사 김상구씨는 금대봉의 4200종 식물의 라틴어 학명과 유래를 거의 다 안다. 을사늑약 때 건너와 ‘망할 놈의 풀’이란 뜻을 담은 ‘개망초’니, 밥맛을 보려다 입가에 붙은 밥알 하나 때문에 구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붙은 며느리밥풀 이야기를 들려줬다. 투구꽃이 독성이 가장 강하다는 것도 김씨와 함께 야생화밭을 동행하며 알게 됐다.

■태백행은 잠시 미뤄야 할 때

코로나 충격 ‘고원’도 못 피해가
박물관 휴관 등 당분간 거리두기

김씨는 태백을 자랑스러워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물이죠. 태백은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입니다. 또 하나는 불이죠. 석탄이 경제발전 1등 공신이었습니다. 석탄은 흑연이 되고, 흑연이 오랜 세월을 견디면 다이아몬드가 되죠.” 김씨는 태백을 ‘물과 불의 동네’로 규정했다. 추운 건 견뎌도 더운 건 버티기 힘들다며 태백의 저온도 자랑했다. 그는 “여름밤에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곳도 더워진다. 기후변화 때문에 태백에서도 사과를 재배한다. 2008년 첫 수확물이 나왔다. 최근 당도가 더 높아지자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태백의 생존은 힘겨워 보인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비켜갈 예외 지역은 없지만, ‘관광’과 ‘레저스포츠’를 지역경제 동력으로 삼는 태백시의 타격 강도는 더 커보인다. 삶의 양태가 다르다보니, 주민들도 갈등한다. 전국 추계대학축구연맹전 개최(12일 개막)를 앞두고 코로나19 예방과 지역경제 살리기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었다고 한다.

태백시 확진자는 26일 현재 1명이지만, 전국적인 확산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65세이프타운, 고생대박물관, 석탄박물관, 관광안내소 등 모든 공공시설은 다음달 5일까지 운영을 중단한다. 지난 25일 개최하려던 ‘황지연못 황부자 며느리 축제’ 등도 취소했다.

지금은 태백행을 잠시 미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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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6, 2020 at 06:2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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